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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일기

올해는 정말로 하고만다. 개발자의 글쓰기-

by Jiyoon-park 2023. 2. 12.

 

매년 새해 꾸준히 글쓰기를 다짐했으나 부끄럽게도 만족스러울 만큼 성취했다!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 현생이 바쁘다는 이유로 글쓰기가 한 달에 한 번도 어려워지고, 써놓은 글들도 올릴까 말까 고민을 거듭하다 폴더 속에 방치되곤 했다. 다짐과 실패가 반복되자 내게 글쓰기는 닿고 싶지만 닿지 못하는 어떠한 별 같은 존재가 되었고, 이루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ㅋㅋㅠ) 그런 원치 않는 실패에 대한 내성도 생겨버렸다.

 

그러기가 벌써 몇 년째야. 올해도 그냥 그렇게 흘러가나 싶었는데. 글또라는 개발자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고, 덕분에 6개월 동안 한 달에 두 개씩 글을 발행할 조금의 강제성을 심어놓았다. 이제 나는 6개월 동안 12개의 글은 쓸 수 있겠지. 그리고 6개월 후는?...글또를 참여하지 않으면 강제성은 없어지는데? 어떠한 강제성이 이유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게, 글쓰기가 습관이 되려면 어떡해야 하지?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었다.

 

그러다가 문득 하나의 질문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이렇게 글쓰기를 습관화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한데 왜 여즉 글 쓰는 습관을 가지지 못했을까?라는 근본적인 생각이었다. 나는 이미 글쓰기 습관 만들기 실패의 달인인데, 왜 한 번도 실패의 이유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을까? 늘 단순히 '현생이 바빠서'라는 이유로 실패를 받아들였는데, 그 이유가 너무 뭉뚝하다. 좀 더 뾰족하고 날카롭게 가시화해 볼 필요가 있어 파고들었다.

 

하지만 나는 왜 글쓰기 습관을 가지지 못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수록, 정말 웃기게도 나는 이미 글 쓰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사람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회사 일이든 개인 일정이든 할 일을 타이포라 혹은 다이어리에 쓰고, 스터디를 할 때나 독서를 할 때나 생각의 흐름이 퍼지는 구간을 글로 정리하고, 더 일상적으로는 밥을 먹거나 혹은 자다 깨서도 갑자기 드는 생각들은 노트에 끄적이거나 맥북/핸드폰 메모장에 마구잡이로 써놓곤 한다.

 

이미 삶이 이런저런 글쓰기로 촘촘한데, 글쓰기가 습관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좀 웃기다. 그럼 왜 나는 이미 글을 쓰면서도 글을 쓰고 있지 않다고 느낄까. 이 질문이 유레카였다. 정말 중요한 걸 깨달았다. 내가 이미 습관으로 만들어놓은 글쓰기와 내가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글쓰기가 다른 결을 가지고 있고, 내가 습관화하고 싶은 글쓰기에는 일정 조건이 따라붙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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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1) 글의 주제는 개발이어야 한다. 
언제부터 글쓰기를 습관화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라고 생각해 보면, 그 시작점은 내가 개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였다. 나의 공부를 기록하고 싶었고 기억하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성장한 내가 다시 보고 이때는 이게 어려웠구나. 이런 고민을 했구나. 나 이만큼 성장했구나. 느끼고 싶었고, 혹 미래의 내가 같은 걸 밟았을 때 삽질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글을 남기고 싶었다.

 

조건 1을 파악하고 나서 든 생각은, '엥 근데 나 에러 밟으면 해결 방법에 대해서 글 쓰고, 스터디하다가 궁금한 거 있으면 꼭지 따서 글 쓰고, 새로운 라이브러리 쓰면 라이브러리 사용법도 정리해 놓잖아, 이런 글들은 1번 조건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건 왜 글쓰기가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때 조건 2를 발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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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2) 다른 이에게 보여줄 수 있게 정돈된 글이다.
이거구나. 여기서 내가 막혔구나 싶었다. 누구한테 보여줄 수 있는 글. 잡았다 요놈. 내가 조건 1을 만족시켰음에도 글을 썼다고 느끼지 못함은 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앞서 말한 조건 1을 만족하는 글들은 기록용었다. 독자를 나로 한정시킨, 그래서 나만 알아볼 수 있도록 맥락은 건너뛰고 덩어리 덩어리만 남겨져있는 그런 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엔 글의 다리가 많이 무너져 있었고, 너저분하다고도 생각했다. 좀 더 예쁘게 다듬어서 올려야지~ 하다가도, 이전 글을 다듬는 일은 손에 꼽았고 새로운 기록용 글 덩어리를 생산하고만 있었다.

 

결국 나는 조건 1을 만족시키고도 조건 2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의 폴더 속에 고이 잠재워놓았다. 조건들을 발굴해내고 나니 좀 더 원하는 바가 명확해지고 뾰족해졌다. 정리하자면,

 

 

내가 원하는 글쓰기는 

    타 개발자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술 글이다.

 

내가 원하는 글쓰기를 하지 못함은(=문제는)

    개발을 주제로 메모를 남기긴 하나 해당 메모들을 엮어 글로 쓰진 않는다. 메모로 글을 생성해야 하는데,

     매번 새로운 메모만을 생성해내고 있다.

 

내가 원하는 글쓰기를 하기 위한 액션 아이템은 

     폴더에 잠들어 있는 메모들의 주제를 파악해서 관련 주제들의 메모끼리 뭉쳐놓는다.

     발굴된 주제들 중 발행 우선순위를 정한다.

     가장 많은 메모를 가진 주제를 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싶다. 내가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나타내니.

     선우선순위의 주제 속 메모들을 꺼내 엮어보고, 비어있는 다리를 파악해 메꿔 글을 쓴다.

     그리고 공유한다. 단, 좋은 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보다 최선의 글을! 

 

 

 

눈앞에 가고자 하는 방향과, 실패했던 이유와,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설정해 놓으니 속이 다 시원하다. 뭔가 벌써 뿌듯하고 이미 해낸 것 같다ㅋㅋㅋ정리해놓고 보니 글또가 지금 내게 너무 적합한 모임이네. 주제도 개발이고, 공유도 해야 하니~ 럭키럭키다. 요론 방향성/방법으로 글또 6개월을 채워보고, 6개월 후 다시 돌아보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개선점을 찾아서 발전시켜보려 한다. 올해는 글쓰기란 별을 바라만 보지 말고, 손을 뻗어 닿아보자 힘내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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