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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정리/일기

내가 어쩌다 개발자를?

by Jiyoon-park 2023. 1. 14.

 해당 글은 글 쓰는 개발자 모임-글또에 8기 신입 기수로 지원하면서 쓰는 글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삶의 지도`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건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는가를 작성해야 하는데, 내 삶 전반적인 걸 쓰려니 너무 범위가 넓어, 범위를 지금의 나를 대표하는 단어 중 하나인 `개발자`로 두고, 내가 왜 개발자가 되었는지, 나를 개발자로 이끈 건 무엇인지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이런 글을 공개글로 써본 적이 없어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글또 신청하면서 부끄러움 없이 글을 올리자.라는 게 목표 중 하나이니,,, 저를 아시는 분들은 '지윤이 또 신기한 거 하네 씩씩한 짜씩' 하고 가볍게 읽어주시길...🫠

 


 

 문화콘텐츠학과에 불어불문학과를 복수 전공하면서 인문학을 기반으로 따뜻한 콘텐츠를 기획하는 기획자가 되고자 했었다. 좋은 기획자가 되려면 개발을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 라고 생각을 해왔던 건 맞지만, 개발을 본격적으로 딥하게 파고들 생각을 한 적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랬던 내가 어쩌다가 개발자가 된 걸까.

 

 항상 그래왔듯 충동을 추진력으로 밀어붙이는 성격(완전 ENFP) 덕이었을까. 어디 한번 개발의 ㄱ자나 알아볼까? 하면서 유튜브 생활 코딩을 시작했는데, 그게 웬걸. 너무 재밌었고 쪼오끔만 더 공부해 볼까? 하던 찰나에 싸피 지원 공고를 만났다. 마침 그게 또 딱 마감 며칠(아마도 4일) 전 공고라, 이건 운명이다. 이건 내꺼야 호들갑 떨면서 지원했는데 운 좋게 합격한 것이 나를 개발의 길로 이끌었다.

 

 운이 좋았다. 그렇게 시작한 개발이 전혀 싫거나 지루하지 않았으니. 브라우저 콘솔에 빠알간 에러가 뜨면 심장이 뛰고 호들갑을 떨면서 두려워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에러를 마주하면 깨부숴야 할 퀘스트로 인지하는 용감한 내 모습이(ㅋㅋ) 퍽 마음에 들었다. 자리에 앉아 한 문제를 두고 몇 시간이고 집중하던 내 모습도, 그렇게 집중하다가 기어코 풀어내고 찾아오는 쾌감의 순간도, 하나 해결해내고 나서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퀘스트가 생긴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렇게 개발자가 되었다. 앞서 말한 충동적이고 추진력 좋은 성격으로 항상 관심사가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뭘 하나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영화 스태프에, 축제 기획자에, 라이프 가드에, 영어 선생님에, 틈만 나면 새로운 직업으로 눈을 돌려 나는 이렇게 평생 얕고 넓은 삶을 살겠구나, 싶었는데 끊임없이 새로운 이슈에, 새로운 기술을 던지는 개발을 만나버렸으니 나는 그냥 코 꿰였다.

 

 지금은 마냥 개발이 재밌다. 이슈에 막혀 몇 날 며칠 이걸 어떻게 풀지. 막막함에 괴로움을 느낄 때도 많이 있지만, 결국에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 문제를 해결할 걸 알기에, 그리고 결국 해결하고 난 뒤의 쾌감이 그간의 괴로움을 싹 씻어 내리고 더 큰 즐거움을 줄 것을 알기에, 괴로움보단 즐거움으로 개발을 한다.

 

 내 성격이 어디 가지 않을 걸 안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흥미가 식어 다른 더 매력적인 일을 찾아 훌쩍 떠나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지 않은 일에 벌써부터 고민하진 않으련다. 중요한 건 지금은 내가 개발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오래오래 개발을 사랑해서, 결국에는 개발하는 일이 취미가 되는-일하면서도 행복하고 행복한 그리고 돈도 왕창 버는(ㅋㅋ) 개발자가 되고 싶다.